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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코스프레

기사승인 2019.10.01  12:5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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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맥락을 잘 알지 못한 채 어떤 싸움을 목격하면, 정의감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대개 약자를 응원하는 마음이 우리 안에 일어난다. 심지어 사복형사가 길거리에서 범죄자를 체포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범죄자를 완력으로 제압하는 모습을 볼 때에도 그가 경찰이란 걸 모를 경우 얻어맞는 범죄자에게 동정심을 갖는다. 일부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들은 직접 나서서 뜯어말리거나 경찰을 공격하기도 한다.

엄혹한 시절 거리 시위가 벌어지면 전경에 쫓기고 얻어맞고 끌려가는 학생들을 시민들은 안타까워하고 때론 보호해주기도 했다. (물론 학생들의 시위를 비난하는 시민들도 없진 않았다.) 반대로 학생들이 무슨 돌격대처럼 일사불란하게 무장하고 전경들을 몰아붙이면 시민들은 시위의 대의와 관계없이 거북한 반응을 보였다.

약자 또는 약자처럼 보이는 사람을 응원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 심성인 것 같다.

국민을 심판으로 삼은 싸움에서, 약자연하는 것은 이 심성을 활용한 매우 효과적인 전술이다. 상대방이 오버하면, 더 정확히 말해 지나친 것으로 비치는 행동을 실제로 하거나 또는 그런 이미지를 덮어씌울 수 있다면 상황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아진다. 지금 조국 사태를 둘러싼 싸움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조국과 그 가족의 감추었던 욕망 추구가 처음으로 드러났을 때 국민들은 크게 실망했고, 강남좌파의 번지르르한 이미지에 환멸을 느꼈다.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자 조국과 그 가족은 본능적으로 약자연하는 전술에 의지했고, 억울하고 불쌍한 피 억압자 자처했다. 민주당과 그 주변의 셀럽들, 그리고 친문 깨시민이 나서고 일부 언론이 가세해 검찰의 수사를 오버로 규정하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의 서초동 집회는 그 전술이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1라운드가 지나갔다.

이제 2라운드에 들어서면서 반대편이 오버하기 시작했다. 서초동 집회에서 감동을 먹은 일부 민주당 의원들과 깨시민들은 승기를 잡았다 착각하고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의 사퇴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대통령까지 출동했다. 화가 많이 났다는 걸 간접적으로 알리는 노회한 1차 경고에 이어 서초동 집회에서 얻은 자신감 때문인지 이번에는 직접 나섰다. 검찰개혁 지시라는 외피를 썼지만 그 시기와 방식에 비추어 조국 수사에 대한 압박임을 부인하기 어려운 메시지였다. 이는 마치 조-윤 두 아이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는데 조가 일방적으로 맞은 후 울면서 아버지 문에게 일렀고, 어른인 문이 아이 싸움에 직접 개입해 윤을 혼낸 것과 같은 형국이다.

이제 기세등등해진 조와 그 무리의 오버 질은 더 커질 것이고, 윤을 두드려 패기 위해 서초동에 더 많이 모일 것이다. 그러면 심판인 국민들 마음속에선 동정해야 할 약자가 조국에서 윤석열로 다시 바뀔 것이다. 세상의 이치가 대개 그러하다.

 

윤석규 본보 고문. webmaster@dasanjournal.co.kr

<저작권자 © 다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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