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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보다 발언이 먼저다.

기사승인 2019.07.09  12: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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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보다 발언이 먼저다. 특히 민초와 소수자에겐 발언권 확보가 우선이다.

경청하면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장면이 마이크를 독점한 대통령과 입다물고 혼신의 힘을 다해 듣고 쓰고 각료들의 모습니다.

흔히 의사소통과 관련한 강좌에서 우선 강조하는 것이 '경청(傾聽)'이다. 경청의 사전적 의미야 '귀 기울여 듣다'이고, 의사소통적 의미는 타인의 말언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간섭(선입관, 딴짓, 부주의 등)을 배제하고 말의 내용 자체를 파악하기 위해 물리적인 음파뿐 아니라, 비언어적인 측면(몸짓 표정 등)까지 집중해야 한다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오랜 갈등 현장에서 내가 깨달은 것은 우리의 경우, 실제로 대화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경청이 아니라, 발언 없음, 무(無)발언이다. 자신의 이해나 생각을 표출하지 않는 행위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도 대부분 여성들은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젊은이들 역시 동등한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경우, 논의하자고 모여서는 모임을 주도한 인사들이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설명하거나 강요한다. 나머지는 그저 넋 놓고 듣고 있다.

서양과 같이 소위 저맥락(Low-Context) 사회에서 말은 곧 존재를 의미한다. 설혹 같은 자리에 앉아 있어도 발언하지 않은 경우, 그 사람의 존재는 실질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무발언은 무존재를 의미한다.

국민 대부분이 농촌공동체를 떠나 도시라는 낯선 공간에서 살아가는 상황에서 우리도 이제 말이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음으로 인식되어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오래된 인습은 발언의 평등성을 극도로 억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청에 대한 강조는 오히려 발화자의 입을 막는 족쇄로 인식될 수 있다.

경청에 앞서 자신의 생각을 어떤 방식으로라도 표출하는 것, 때로는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 욕이라도 하고 외마디 소리라도 지르는 것이 가만있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또한 진정한 '경청'은 자신이 대화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발언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사람은 없다. 따라서 경청은 발화에 대한 re-action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발언하지 않은 경우에는 경청도 이뤄지지 어렵다는 의미다.

발언의 중요성에 앞서 경청을 강조하는 것은 우리 현실과 조금은 비껴난 다분히 이론적인 접근일 가능성이 크다.

지금 우리에게 경청보다 더 필요한 것은 발언 기회조차 얻지 못한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말의 독점권을 풀어 참석자 모두에게 말할 수 있는 평등권을 보장하는 것이고, 또 당사자는 용기를 내어 자신의 요구나 욕구를 분출하는 것이다.

형식은 대화이나 실제는 지시나 명령이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우선 필요한 것은 이 상황에 개입하는 것이다. 경청은 대화 상황에 개입할 수 있을 때 필요한 것이다.

대화의 평등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는 것, 이게 경청에 우선한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 webmaster@dasanjournal.co.kr

<저작권자 © 다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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